레몽 크노는 언어 실험을 많이 한 작가입니다. ‘초현실주의자, 언어학자, 작사가, 출판사 편집자이며 수학자 영화인, 번역가, 소설가이자 시인’ 이라고 설명되는 사람이죠. ‘문체연습’은 바흐의 푸가에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책으로 하나의 상황을 99개로 변주하여 보여줍니다.
1편은 약기. 요약하여 기록하기입니다.[출근 시간, S선 버스. 스물여섯 언저리의 남자 하나, 리본 대신 끈이 들린 말랑말랑한 모자, 누군가 길게 잡아 늘인 것처럼 아주 긴 목. 사람들 내림. 문제의 남자 옆 사람에게 분노 폭발. 누군가 지날 때마다 지가를 떠민다고 옆 사람을 비난. 못돼먹은 투로 투덜거림. 공석을 보자마자, 거기로 튀어감.
두 시간 후, 생라자르역 앞, 로마광장에서 나는 그를 다시 만남. 그는 이렇게 말하는 친구와 함께 있음 : “자네, 외투에 단추 하나 더 다는 게 좋겠어.” 친구는 그에게 자리(앞섶)와 이유를 알려줌]
2편은 중복하여 말하기, 3편은 조심스레, 4편은 은유적으로, 5편은 거꾸로 되감기, 6편은 깜짝이야!입니다. 느낌표가 가득한 글로 채워지죠. 심지어는 기하학을 이용해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고, 영어섞임투도 있습니다. 첫문장을 바꿔보면 또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? ‘훌륭한 재단사가 이 외투를 만든 게 아닌 건 확실해…’로 시작할 때와 ‘늘 그렇듯이 바스는 거의 만원이었고 또 차장은 불쾌한 놈이었어’로 문을 열 때 글은 어떻게 달라질까요.
같은 글을 얼마나 다르게 쓸 수 있는가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책입니다. 접근 방식이 문체에 미칠 영향도 알 수 있고요. 글을 꾸준히 쓰고는 있는데 나만의 스타일이 생기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거나 나의 글쓰기를 풍성하게 하고 싶은 분에게 권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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